2018.08.22~2018.09.04
2018년 군대에 입대한 후 3년간, 하필이면 전역시기와 코로나가 딱 겹쳐(...) 고대하던 해외여행을 못 가던 시기, 그 시점까지는 제 인생 마지막 해외여행이었던 러시아-그리스-불가리아-터키라는 옛 동로마 제국의 흔적을 찾는 여행을 시리즈로 올려보고자 합니다.
이번 여행은 동로마 뽕에 차서 갔다가 오스만 뽕이 차서 나온다고 정리할 수 있는데, 제가 역사를 그닥 많이 알진 않지만 최소한의 관심은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써 유적지를 보는 것 자체보다 그 도시의 분위기를 더 느끼고 싶어서 그냥 사진만 많이 찍고 돌아다녔습니다.
나중에 또 오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몇몇 곳들은 못 갔는데... (코로나가 터져서 3년간 해외를 못 나갈줄은...)
좀 후회하고 있긴 합니다 ㅠ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DAz7Bdqi2iQ)
처음으로 가보는 소련-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인 만큼, 이 도시와 가장 잘 어울리는 BGM을 하나 들고 와보았습니다 ㅋㅋㅋ
그것은 바로 러시아 연방 찬가(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гимн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참고로 소련 찬가(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гимн СССР)와 멜로디는 공유하지만 가사만 다른데...
원래 소련 해체 당시 러시아 연방은 소련 찬가와 아예 별개의 멜로디의 국가를 채택했었지만(애국가; Патриотическая Песня), 제가 듣기에는 충분히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 있지만 뭔가 소련 시절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팍 하고 오지 않는 멜로디와 무가사였던 점이 크게 다가왔는지 2000년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집권하자마자 지금의 가사만 바꾼 소련 찬가 멜로디로 되돌려 놓았다고 합니다 ㅋㅋㅋ
덤으로 (러시아) 애국가가 딱 러시아 역사상 최악의 지도자(?) 소리를 듣는 보리스 옐친의 집권시기와 겹치는 만큼, 좋은 멜로디와 (비공식) 가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사람들에게 이 노래에 대한 그닥 좋은 기억은 없다는... ㅠㅠ
잡설이 길었네요.
바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Αθήνα)였지만...
어차피 인천에서 직항이 없었기에 겸사겸사 러시아에 있는 친구를 만나고자 SVO(모스크바 셰레메톄보 국제공항) 경유편으로 선택.
이때는 러-우전쟁 전이었던지라 에어로플로트(러시아의 국영 항공사)가 아직 스카이팀 소속이었던 시절이었는데, 대한항공 모닝캄이었던 덕분에 스카이팀 엘리트의 혜택을 듬뿍 누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에로플로트의 스팀 회원권이 정지된 상태 ㅠㅠ)
B77W 기종의 SU251편을 타고 모스크바(Москва)로 날아가 보겠습니다.
에어로플로트는 일반석에도 메뉴가 있습니다...!
뭐 사실 메뉴판 안 주는 FSC가 드문 편이긴 하지만요... (대표적으로 KE, OZ...)
에어로플로트는 기내식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줍니다.
한국발 비행기라 들어있었던 것으로 추정. (러시아인들의 초코파이 사랑이란...)
처음 먹어본 러시아 맥주(쥐굴리(Жигули) 맥주).
맛은 깔끔한데 도수가 세서 금방 취기가 오르던 ㅋㅋㅋ
역시 술꾼의 나라 러시아 (정작 러시아에선 맥주 = 음료수 취급 ㅋㅋㅋㅋㅋ)
두번째 식사는 취퀸 올 뷔프? 선택지에서 취퀸을 선택했습니다... ㅋㅋㅋ
아무튼 SVO 공항에 무사히 도착.
에어로플로트... 참 준수한 가격에 준수한 서비스를 자랑하던 항공사였는데...
전쟁은 언제쯤 끝나려는지... ㅠ
상당히 이쁜 하늘.
이게 제 러시아에 대한 첫인상이었습니다 ㅋㅋㅋ
은근 빡셌던 입국심사를 지나...
모스크바 셰레메톄보 국제공항(Международный аэропорт Шереметьево имени А. С. Пушкина, IATA: SVO)의 외관.
모스크바엔 이거 말고도 국제공항이 더 있긴 있는데, 여기는 주로 스카이팀 항공사들이 씁니다.
그나저나 국제적 경제제재를 먹은 지금 보면 상당히 아스트랄한 마스터카드 광고... ㅋㅋㅋㅋㅋ
모스크바에는 아는 지인이 있어, 덕분에 숙소에서 묵지 않고 그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잘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
굉장히 좋아보이는 아파트의 외관.
뷰가 ㄷㄷ...
지나가면서 본 저 건물은 옛 국가두마 건물에 현 러시아 정부청사(Дом Правительства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로 쓰이는 건물로, 보리스 옐친의 쿠데타 당시 한번 탱크 포격을 받은 적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지금도 구글맵 리뷰 보시면 몇몇 러시아인들이 저 건물은 탱크 포격을 더 받았어야 마땅하다는 코멘트를 남긴 걸 보실 수 있는데, 어지간히도 소련 붕괴 후의 혼란기가 지겨웠나 봅니다...
이 건물도 꽤 유명합니다.
현재는 Radisson Collection Hotel이라는 이름의 스탈린이 건축을 의뢰했다고 알려진 옛 이름 호텔 우크라이나(Гостиница Украина).
지금도 모스크바 내 최고급 호텔 중 하나라고 합니다.
친구와 함께 맛있는 터키 음식을 저녁으로 먹고...
쫙 드러난 모스크바 강변의 야경.
상당히 아름답군요...
이제 크렘린 쪽으로 이동해봅시다.
저건 춤(Цум)이라는 백화점인데,
붉은 광장에 가면 라이벌 백화점 굼(Гум)이 있습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건물.
즉 한국으로 치면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건물입니다.
공산주의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마르크스의 석상인데, 써진 글귀는 그 유명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Пролетарии всех стран, соединяйтесь!)!"
2018년에도 느껴지는 80-90년대 소련 시절의 감성(?)
본격적으로 크렘린(Кремль) 쪽으로 가봅시다.
붉은 광장으로 통하는 성문.
이 크렘린 성벽의 성문의 이름은 부활의 문(Воскресенские ворота).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랜드마크급 건물들.
오른쪽에 조명을 반짝반짝 켜놓은 건물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굼 백화점이고, 그 옆의 정교회 성당은 카잔 대성당(Казанский собор).
웅장한 국립 역사 박물관(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исторический музей) 건물.
그 반대편엔 그 유명한...
성 바실리 성당(Храм Василия Блаженного)...이라고 하면 모르실 분들도 있을까봐 테트리스에 나온 그 성당이 위치해 있습니다 ㅋㅋㅋ
아까 말한 백화점 "굼"의 정문.
내부는 왠지 들어가보지 못했... ㅠㅠ
확실히 이 붉은 광장(Красная Площадь) 주변의 건물들은 조명을 참 잘 쓰는 듯 하였습니다.
다만 이 날 붉은 광장은 어떠한 행사 준비 때문인지 많은 부분이 바리케이드가 쳐져있었던... ㅠ
크렘린의 상징 붉은 별.
러시아 특유의 분위기와 굉장히 느낌이 잘 맞습니다 ㅋㅋㅋㅋㅋ
크렘린 외부 사진.
크렘린 안에는 들어가볼 시간이 없었던지라 아쉬움을 삼키고 다음 기회에 가보는 걸로...
모스크바 특유의 건축 스타일이 있는데, 이게 다른 동유럽 국가나 공산권 국가에 영향을 줘 지금도 구 공산권 국가들 수도를 가보시면 이와 비슷한 느낌의 건축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그 평양조차도!)
짧은 모스크바 구경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날 아침, 어찌저찌 어렵게 우버를 얻어타고 다시 셰레메톄보 공항으로 향해보았습니다.
최종 목적지인 그리스로 향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