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미국•캐나다)

Empire Builder [1] - 시애틀부터 시카고까지의 47시간짜리 기차

흔한이름 2025. 5. 16. 15:30
728x90
반응형

2021.11.11~2021.11.13

안녕하십니까, 한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을 가진 자(?)입니다.

드디어 블로그에 코로나 이후의 미국 여행기를 포스팅하게 되었는데, 시애틀 이외의 첫 빠따로는 바로 시애틀에서 시카고까지 47시간 걸리는 암트랙(Amtrak) 기차를 타는 여정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무슨 기차 소요시간이 47시간이냐고 뻥치는 것처럼 들릴까봐 올리는 인증샷.

진짜로 거의 3일에 걸쳐 쭉 기차만 타는 미친 근성열차입니다 ㅋㅋㅋㅋㅋ

 

Empire Builder은 암트랙 기차 노선의 이름인데(한국의 경부선, 호남선 같은 개념), 바로 시애틀(혹은 포틀랜드)와 시카고를 잇는, 이름 그대로 미국을 미 제국으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인 열차노선입니다.

지나가는 주만 해도 워싱턴(혹은 오리건), 아이다호, 몬태나, 노스다코타, 미네소타, 위스콘신, 그리고 일리노이의 7개주를 지나가는 3550km의 어마어마한 총연장.

덤으로 몬태나 서쪽에 위치한 글레이셔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라는 경관이 매우 수려한 곳도 지나가는, 관광용으로는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는 노선입니다.

다만 단점이라면 암트랙에게는 밥먹듯이 일상인 열차 지연과 노후화된 설비로 인한 느려터진 열차의 속도...

 

(낮 사진은 자동초점으로 맞추는걸 깜빡해서 좀 흐려보일 수 있습니다)
여기는 시애틀 차이나타운 바로 건너편의 시애틀 유니언 역(Seattle Union Station)인데...

사실 여기는 훼이크이고 암트랙의 정차역은 바로 옆 블럭에 있는...

 

킹 스트리트 역(Seattle King Street Station)입니다.

은근 헷갈리실 분들이 계실 듯 한데...

 

떠나는 날도 어김없이 흐리고 비가 오는 시애틀...

 

미국 여객열차가 문자 그대로 망해버리는 바람에 보잘 것 없을 것 같지만, 의외로 혹은 그 덕분에 고풍스러움은 유지하고 있는 시애틀의 킹 스트리트 역.

사실 이건 미국 대도시의 기차역 공통인지도...?

 

이것이 바로 이날 탈 열차의 이름 Empire Builder.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시카고에서 서부로 뻗는 방향이 정방향입니다.

미국의 역사가 동부에서 서부로 개척해나가는 역사이기에...

 

이 사진 찍을때만 해도 와~ 탑승이다~ 하고 찍었는데, 뒤이어서 들려온 안내방송. (마이크 대신 직원이 생목으로 소리지르던... ㅋㅋㅋ)

엔진 열차 교환 문제로 지연이 예상되오니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방송이었는데, 뭐 암트랙이라 이미 예상했던 바이고 문제는 얼마나 지연되느냐인데...

 

다행히 한시간 반 뒤에 제가 타야 될 열차가 들어왔습니다.

암트랙에선(특히 장거리 기차에선) 1시간 반 지연은 일상입니다 일상...

 

저야 이 당시엔 가난한 대학생이었음으로 꼬리칸으로... ㅠㅠ

 

이게 3등칸이라 할 수 있는 Coach 좌석.

뷰라도 좋게 보려고 2층으로 점 찍었는데, 여기는 좌석을 자기 맘대로 앉으면 직원이 와서 '여기가 니 좌석임' 하는 행선지가 적힌 종이를 짐칸쪽에다 붙여줍니다.

 

저기 CHI라 적힌 종이같이 말이죠.

자리 바꾸고 싶으면 그냥 저 종이를 다른 좌석에 붙히고 앉으면 됩니다.

즉, 지정석이 아닙니다 ㅋㅋㅋ

 

좌석은 3등석 치고는 굉장히 편안했습니다.

뒤로 꽤 많이 넘어가고 다리받침도 있는데다가 제일 앞쪽 자리에 앉아서 발도 마음대로 뻗을 수 있었던...

다만 제일 앞좌석의 단점은 테이블이 없다는 것 ㅠㅠ

인구 희박지를 지나는 Empire Builder만의 특성일지는 모르겠지만, 좌석 점유율이 높지 않기에 두 자리를 한 자리처럼 쓸 수 있었습니다.

 

이건 식당칸. (카페/전망대 객차는 포틀랜드에서 따로 출발해서 스포캔에서 합류)

원래는 Coach 좌석도 밥을 돈 주고 사먹을 수 있었는데(약 50불 선), 이 당시(2021년)엔 코로나때문에 막히고 슬리퍼 객차 이상만 제공하는걸로 잠시 바뀌었던... ㅠㅠ

나중에 결국엔 밥을 먹어보게 되지만, 암트랙의 스테이크는 꽤나 일품입니다.

대신 카페객차는 거의 24시간 열려있어서 언제든 가서 사먹을 수 있지만 가격이 열차 안이라 그런지 좀 쎕니다...

그래서 컵라면이나 과자 같은걸 밖에서 사가는걸 추천합니다.

 

이게 대충 메뉴. (나중에 카페객차 합류하면 뭘 더 팔긴 팝니다)

이미 해가 진 채 기차가 출발한지라, 케스케이드 산맥 넘어갈 때 쯤 주변을 지나가는 차 말곤 진짜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그런 암흑 속을 달리는 채로 5시간이 지난 후, 무언가 큰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곳은 동부 워싱턴 주의 중심도시 스포캔(Spokane).

자체인구 20만에 광역권 57만의 도시인데, 중심가는 무슨 100만 대도시급 인프라로 보여서 생각보다 놀랐습니다...

여기서 카페/전망대 객차를 이어붙여야 함으로 대기시간이 있어서 잠깐 역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새벽의 스포캔 역 플랫폼.

 

열차 사이로 보이는 스포캔 시의 불빛.

이때가 대략 새벽 2시경이었던지라, 이 불빛을 마지막으로 잠에 들게 됩니다.

다음 편에 계속...

728x90
반응형